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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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타파

원래 달을 보라고 하면 검지 첫 마디 주름을 새고 숲을 보라고 하면 나무 껍질 무늬를 보는 사람이라 병마용갱에서도 ‘궁노’에 꽂혀가지고. 편제를 보니 궁병, 보병, 전차병, 기병 이렇게 나뉘어 있었다. 제일 앞은 궁노의 자리다. 궁병 말고 궁노. 병사조차 아니고 고기 방패로 죽으러 끌려간 사람들. 아 인간 정말 싫다.

시안은 정말 사랑스러운 도시이지만, 1)샨시 음식은 맛이 없다. 차라리 사천 요리를 먹자. 2)시안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스타벅스를 가자. 농담 아니라 하루에 한 잔밖에 못 마시는 사람인데 커피 맛으로 손꼽히는 카페 다섯 곳을 연속으로 돌았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 놓게 되어서. 차라리 차를 마십시다.

녹두고 유명한 가게에서 계화녹두고를 시식했는데 취향이 아니었다. 계화도 여지도 시안이랑 별 상관 없는데 어쩌다가 특산품의 원재료가 된 건지 역시 양귀비 때문인가. 백화수라는 것이 샨시 명물이라 해서 무언가 하니 내가 멋대로 ‘인사이드 아웃 누가’라고 부르는 바삭한 과자 부스러기를 누가와 섞어 굳힌 간식이었다. 뉴쟈삥 변종이 아니었구랴. 아주 맛있다.

첫날은 사천 요리를 먹고, 둘째 날은 ‘장안식’ 궁연을 먹고, 셋째 날은 쑤저우 요리를 먹고, 오늘은 시안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이라는 취장안에서 전통 산시 요리를 먹었다. 입에 안 맞는 거 알고 갔지만, 참 입에 안 맞더라. 뱡뱡몐, 량피, 량펀, 러우쟈모 전부 못 먹겠다. 역시 고장소설 단골 유배지 서북답다. 우우 내일은 꼭 화이양 요리 먹어야지.

길 건너에 북경동인당 지점이 있어서 거기도 가서 물어볼까 하다가 길 건너기 싫어서 말았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국에 갔는데 신기하게도 약 대부분이 분말이나 정제로 만든 중약이었다. 이 약국 주인께서 산시성 약학계의 큰 별이신지 무슨무슨 어쩌구가 잔뜩 붙어 있어서 조금 더 신뢰가 갔달까.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몸살, 인후통, 기침약을 각각 사고 소화제와 생리통 전용 진통제를 샀는데 일단 인후통 약은 효과가 끝내준다. ASD라서 반응이 빠른 것도 있지만, 테라플루보다 훨씬 나았다.

요새 안마 받으러 다니는 중의원 대표원장이 ‘묘수회춘‘, ’신화타‘ 오우양 선생이라고 해서 혹시 장쑤 오우양 가문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오우양 비전을 이은” 정도만 적혀있어서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아무튼 그런 까닭에 공진단을 들고 가서 이거랑 비슷한 환약이 있는지 어린 원장1에게 물었는데 공진단을 모른다고 했다. 원전이 귀국의 세의득표방인디요... 중국에서는 명맥이 끊기고 동의보감 통해 한약이 된 듯하다.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 꿀로 빚어 순금으로 감싼 단약이라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했으나 여전히 처음 보는 약이라고 ㅎㅎ

시안 공중 화장실에는 “화장실 혁명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시안 문명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표어가 붙어있다. 쉬하다가 웃었다.

안정문을 통해 시안 성곽에 올라 4km 정도 거리의 영녕문에서 내려왔다. 장락, 영녕, 안정, 영안. 소망을 담아 문 이름을 지었으나 오래오래 즐겁지도, 영원히 평안하지도, 서쪽 국경이 안정되지도, 새외를 안무하지도 못하였다.

대당불야성은 뭐랄까 당태종 테마거리 느낌이다. 아무리 그래 봐야 이세민 그 ‘당나라 군대’ 대장이쥬~ 안시성에서 쳐발렸쥬~ 이러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소심한 국뽕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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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일부러 그랬겠지만, 이 고가대원의 모든 설명은 번체로 쓰여있다. 그래서 며칠만에 문맹의 서러움을 떨치고 젊은 중국 친구들이 더듬더듬 읽다 막히는 걸 보며 비열한 기쁨을 느꼈다.

명나라 때 과거 2위를 한 고준생의 어사 저택. 고작 방안에 올랐을 뿐인 한림원 편수에게? 라고 생각했는데 이 고씨 집안은 7대 연속 과거에 합격해 공직에 오른 명문가였다. 아마 고향 본가 쓰라고 내려준 듯. 사합원이 4개 모여있는 구조에 방이 87개라는데 우리나라 윤보선 99칸 대저택과 모든 부분이 너무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여백의 미, 공간 이런 개념이 전혀 없어서 위를 올려가보면 하늘이 네모라서 우물 안 개구리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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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찹쌀떡과 흑임자 인절미 위에 흑당과 팥소와 계화꿀을 뿌려 먹는다.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단, 계화꿀은 내 취향이 아니다. 금목서 향은 영 화장품 냄새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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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면 역시 마사지. 시안에 스파가 진짜 많은데 나는 중의원 추나 안마를 받았다. 첫 이틀은 머리, 어깨 각각 받았는데 머리 안마 받은 날은 시야 흐림/번짐이 없어서 하루종일 선명한 세상을 보았다. 어깨를 신청했는데 꼼꼼하게 눌러가며 목과 머리까지 혈자리를 풀어주었다. 각각 슬랩1기와 오십견으로 어깨가 맛이 갔는데 지금 나는 팔 퍼덕이며 하늘도 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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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가라고 추정했냐면 사랑해요 중국 친애하는 어머니와 같은 이런 가사가 나와서이다. 왜 국가라고 확신하지 못했냐면 노래가 너무 매가리 없어서다. 국가라면 응당 위풍당당 거북목도 일자목 만드는 기세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소견을 가지고 있다. 아님 말고.

제일 인상 깊었던 지점은 공연 끝난 다음이었다. 갑자기 작은 오성홍기를 나누어주더니 출연진 전원이 무대에 다시 올라 국가라고 추정되는 노래를 부른다. 그래, 먹고 살기 고되지. “저희는 공산당 전복이나 전제 왕정 찬미의 뜻이 없으며 ‘국뽕’ 주입을 통한 애국심 고취만을 의도합니다”라는 충성 선언 잘 들었고요.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민주시민의 소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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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궁 유적지가 명나라 시절 시안 유적인 줄 알았는데 장락궁, 미앙궁 이런 장안의 궁 이름이었다. 대명궁연인데 태평공주가 어쩌고 해서 또잉 했는데 그 대명이 저 대명이 아니었네.

그냥 택시타고 이동하는 것뿐인데 도로 이름이 주작대가라는 이유로 무한 감동에 젖고 안정문을 지나며 실크로드를 부르짖는 한 마리 짐승

예쁜 당과자 사러 당락궁 공연장에 갔다. 시안에서 제일 처음 생긴(1988년) 몰입식 식사 극장이라는데, 여기에서는 측천 무황제 공연을 한다. 식사는 만두 코스라고 한다. 아무튼, 당락궁(장락궁 아님) 당과자점에서는 화과자 뺨치게 예쁜 당과자를 파는데, 모양은 다양하지만 속은 장미소, 치즈소, 초콜릿소 세 가지만 있다.

호산@yosanyosu.bsky.social · 5d ago

왕홍 체험을 하려면 이 정도는 입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절대 안 할 거지만.

태평공주(당고종-무측천 딸)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각국 사신이 진상품을 바치며 기예를 선보이는 접풍연이 테마라고 했는데 거의 현종과 양귀비의 러브스토리였다. 장안의 화제는 역시 양귀비인듯. 이세민과 무측천을 기대하고 왔는데 귀비냥냥 천하라서 조금 당황쓰. 연산군과 장녹수, 숙종과 장희빈을 불굴의 러브 스토리로 승화하지는 않잖아요? 백거이 장한가 중 선녀와 구름 위에서 춤추는 (죽은) 양귀비를 만나 기뻐하는 현종의 꿈 부분이 하이라이트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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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yosanyosu.bsky.social · 4d ago

’대명궁연‘이라는 몰입식 식사 극장에 왔다.